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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업인력 감축 도미노 조짐 화이자 4월 공개할 플랜이 분수령 될 듯 뉴욕에서 개원하고 있는 노인병·암 전문의 앨런 베네트 박사는 매일 최소한 10명의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자신을 찾아왔던 탓에 병원 문턱이 닳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한 제약회사로부터 같은 날 여러 명의 영업사원들이 제각각 자신을 찾아와 한 품목에 대한 판촉설명을 재방송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요사이는 한 제약회사에서 생산 중인 모든 제품들을 단 한명의 영업사원이 담당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느낌이라고 베네트 박사는 말했다.
최근들어 미국 제약기업들의 영업활동 방식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이 눈에 띄고 있다.
후속신약의 개발이 예상만큼 원활치 못한 편인 데다 제네릭 메이커들의 도전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환자를 진료할 시간조차 모자라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의사들의 불평에 직면한 제약기업들이 그 동안 구사했던 영업방식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화를 적극 모색하고 나섰기 때문.
가령 영업인력 숫자 늘리기 경쟁과 이를 통해 의사들을 상대로 한 융단폭격식 판촉활동에 안주해 왔던 구태를 털어내고, 영업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최소한 기존에 보유한 영업인력을 재배치하는 제약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
제약기업들의 영업사원 늘리기 경쟁은 블록버스터 드럭들이 쏟아져 나왔던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대세로 자리잡은 트렌드였다.
그런데 화이자社가 오는 4월 영업조직에 대한 대대적 재편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대목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화이자가 현재 세계 각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3만8,000여명의 영업·마케팅 담당인력 중 1만1,000명 정도를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의 예측을 내놓고 있는 점.
회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몇몇 소식통들은 ""앞으로 화이자가 한 품목에 대해서는 의사 1인당 1명 또는 많아야 2~3명의 영업담당자를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이자측 대변인도 회사가 사업조직에 대한 슬림화를 검토하고 있음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내역은 4월까지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라며 공개를 유보했다.
오하이오州 신시내티에 소재한 자산운용사 핍스 서드 에셋 매니지먼트社의 존 피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제네릭 제형들과 경쟁에 내몰리는 제품들이 늘어남에 따라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현행 영업인력 숫자를 유지할 것인지, 또는 늘려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피셔 매니저는 ""한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5년 전쯤에 필요로 했던 것만큼 많은 숫자의 영업담당자는 이제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최근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비 부문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데다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만나기 위해 따로 시간적인 여유를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현재 한해 총 2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다수의 브랜드명 처방약들이 앞으로 3년 이내에 특허만료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제약기업들이 사뭇 달라진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
그럼에도 불구, 대다수의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당장의 마켓셰어 축소를 우려한 나머지 경쟁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기존의 영업담당자 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원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는 지적이다. 누구도 먼저 나서기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것.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장 피에르 가르니에 회장은 최근 제약기업들의 영업인력 늘리기 경쟁을 과거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에 비유하면서 깊은 유감(bemoaned)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에 조언하는데 치중해 왔던 펜실베이니아州 소재 컨설팅업체 웹스터 컨설팅 그룹의 데이비드 웹스터 회장은 ""이 같은 현실에서 세계 1위 제약기업인 화이자가 4월 구조조정案 또는 영업인력 감축案을 내놓을 경우 경쟁사들도 뒤를 따를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제약기업들이 더 이상 기존의 방대한 영업조직을 유지하거나, 확충할 여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많은 제약기업들이 그 동안 의사들의 처방패턴에 (무언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당연시해 왔던 무료식사권 제공, 스포츠 및 문화행사 티켓 증정, 골프장 부킹 등의 접대방식도 재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네트 박사는 ""최근에는 따로 짬을 내서 만나는 영업사원 숫자가 하루 4명 꼴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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