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해도 못끊겠다고요? 비타민C는 "챙겨"
흡연 부정적 영향 억제, 임산부 11% 금연 실패
산모가 임신기간 중에도 담배를 계속 피울 경우 조산(早産)이나 사산(死産), 태아의 성장지체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아 및 신생아 사산 사례들 가운데 5~10% 정도가 산모의 흡연에 기인한 결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
임산부의 흡연은 또 아기의 폐 기능 위축이나 호흡기계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못했지만, 이 같은 사례들은 니코틴이 한창 발육하고 있는 태아의 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임신기간 중에도 담배를 끊지 못할 경우 고용량의 비타민C라도 꾸준히 복용하면 흡연으로 인해 태아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일부라도 억제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 산하 국립영장류연구센터 신경과학연구부의 엘리오트 스핀델 박사팀은 '미국 호흡기·중환자 치료誌'(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스핀델 박사는 "비록 이번 연구가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동물실험에서 도출된 결론이지만,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스핀델 박사는 "이번 연구가 임신 중 흡연이 무방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임신기간 중에도 도저히 담배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산모들에게 마지막 치료법(a last resort treatment)으로 권고할 수 있게 되리라 사료된다는 것.
이와 관련, 미국의 경우 임신한 산모들 가운데 11% 가량은 의사의 경고와 캠페인 전개에도 불구, 담배의 강한 중독성 탓에 흡연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스핀델 박사팀은 임신기간 중 고용량의 니코틴을 지속적으로 투여했던 암컷에게서 태어난 어린 원숭이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때 암컷들에게 투여된 니코틴의 양은 사람들이 흡연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는 양과 동등한 수준의 것이었다.
연구팀은 관찰대상 어린 원숭이들의 흐흡능력과 폐 발달상태 등을 면밀히 조사한 뒤 이를 임신기간 중 니코틴과 비타민C를 함께 투여했던 암컷들 또는 니코틴과 비타민C 모두 투여하지 않았던 암컷들에게서 태어난 어린 원숭이 그룹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니코틴을 투여한 암컷에게서 태어난 어린 원숭이들의 경우 폐 내부의 산소 입출량이 니코틴과 비타민C를 병용투여한 암컷에게서 출생한 비교그룹에 비해 적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을 투여한 암컷에게서 태어난 어린 원숭이들은 또 니코틴의 작용으로 인해 폐 표면활성제 아포단백질B(apoproteinB)과 폐 내부 엘라스틴 단백질(elastin)의 수치가 상승하면서 비타민C의 수치가 감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혈액 중에서 지방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이 바로 아포단백질인데, 특히 아포단백질B는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작용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엘라스틴은 호흡 중 폐의 확대와 수축에 작용하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니코틴이 폐 기능에 미치는 비타민C의 긍정적인 영향을 입증했다는데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여전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C가 비정상적인 두뇌발달이나 체중감소 등 임신기간 중 흡연이 미치는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까지 억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사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